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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살롱
내 안의 감성을 꺼내주는 클래식&재즈 이야기

2024-07-26

무더위와 싸워야 하는 8월의 여름이다. 하지만 그곳이 어디든 여름을 느낄 수 있는 음악과 함께라면

더운 여름날이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가볍게 걸으며 아름다운 여름 풍경이 펼쳐지는 음악과 함께 낭만을 느껴보자

 

더운 여름이면 한적하지만 아름다운자연 풍경이 있는 곳에서 몸과 마음을

쉬는 상상을 자꾸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상상 가운데에는 드보르작 8번 교향곡이 항상 머물고 있습니다.

이보다 더 자연의 감성을 표현한 음악이 있을까 싶은데요, 1악장은 조용하고

차분한 멜로디로 시작해 새소리 같은 플루트 독주로 넘어간 다음, 

가슴이 뛸정도로 경쾌한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울려 퍼지고 나면, 장대한 자연 풍경을 보여주는 듯한

아름다운 선율로 이어집니다.

마치 기차를 타고 여행을 시작해, 달려 가다가 갑자기 만나는 자연 풍광을 보고 있는 느낌과도 같습니다. 

눈을 감고 들으면 차분한 전원 풍경과 울창한 나무가 어우러지는 듯하죠.

드보르작은 30대 초반까지는 박봉에 시달리다가, 30대 후반부터 작곡가로 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브람스 등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어 40대에는 음악계의 대가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성공적인 인생을 이어갈 무렵, 그는 프라하 근교의 비소카라는 곳에 별장을 마련하고, 

이곳에서 아름다운 자연에 파묻혀 음악을 작곡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시기에 작곡한 음악 중 최고로 인정받는 것이 바로 이 8번 교향곡 입니다.

예술가들의 작품은 그들이 머물던 장소에서 비롯된다고 하지요. 

그래서 그런지 드보르작의 8번 교향곡은 여름, 자연, 전원적 풍경 등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만듭니다. 

애써 상상하지 않아도 음악만으로 눈앞에 그려지는 풍경들을 느낄 때면, 

이 세상에는 논리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행여나 너무 바빠서 바캉스를 미뤘다거나, 여행 일정을 아직 제대로 잡지 못했다면 

피서를 위해 집 어딘가에서 눈을감고 드보르작의 8번 교향곡을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그 어떤 정교한 해석도, 웅장한 돌비 서라운드도, 생생한 8K 해상도의 영상도 필요 없습니다. 

8번 교향곡의 멜로디만 있다면, 드보르작이 눈으로 바라보고 숨을 들이마시고, 

귀로 듣던 자연의 풍광이 눈앞에 펼쳐질 테니까요. “음악은 번역이 필요 없다”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더위가 짙어지는 8월, 보사노바가 더욱 끌리는 이유는 보사노바가 가진 음악적 특징에 기인합니다.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고, 슬픔이나 사랑 같은 이야기를 덤덤한 멜로디와 박자에 실어

자연스럽게 부르기 때문인데요, 가뜩이나 더운 여름에는 이처럼 힘 안 들이고 자연스러운 음악이 

더욱 끌리기 마련입니다. 보사노바 최고 명반인 ‘Getz/Gilberto’는 1964년에 

스탄 게츠와 주앙 지우베르투가 함께 만든 앨범입니다. 

어디선가 한 번은 들어보셨을 ‘The Girl From Ipanema’도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지요. 

앨범 제목에는 없지만 안토니오 카를루스 조빔까지 참여했으니 거의 ‘보사노바 올스타 앨범’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이 중, 오늘은 ‘Desafinado’라는 음악을 추천합니다. 

뜻은 ‘불협화음(박자, 음정이 맞지 않다.)’이라는 뜻으로, 내용은 박자와 음정이 맞지 않는다고 타박하는

연인에게 그저 단순하게 박자와 음정을 맞추는 것보다 심장을 울리는 감정이 더욱 중요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연인이 아니라, 보사노바를 비판하는 평론가들을 은유적 으로 비꼬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보사노바를 들어보면 박자와 음정이 미묘하게 맞지 않는 경우가 가끔 느껴지는데요, 

당시 평론가들은 이를 지적하며 보사노바를 수준 낮은 음악으로 평가 했습니다.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스탄 게츠 또한 그런 평론가들의 비판을 마음 좋게 받아들였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나름대로 보사노바의 서정성을 담은 ‘Desafinado’로 멋들어지게 평론가들을 비판했는데요.

“이것은 보사노바이고,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중략) 중요한 것을 잊었군요. 

그것은 불협화음의 심장이에요. 가슴속 깊은 곳에서 조용히 뛰고 있죠,

불협화음의 가슴속에서 또한 심장이 뛰고 있어요.”

여름에 보사노바를 즐겨 듣는 이유는 이런 것 아닐까요. 내가 가진 좋아함을 어떤 이성적 이유도 없이 

감정이란 비이성적 단어로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권리 말입니다.

김연수 작가의 글처럼, 오늘은 효율적이고 이성적인 것보다 자연스레 찾아오는 삶의 공간과 시간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여름의 골목길, 산책, 저녁을 사랑한다면, 조금 더 삶이 좋아지지 않을까요. 

물론 보사노바음악과 함께라면 더욱 좋겠습니다.

 

 

202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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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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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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