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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살롱
애쓰는 나를 위해 귀 기울여보는 클래식&재즈 이야기

2024-06-27

 

어느덧 7월, 한 해의 반을 보내며 각자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우리는 모두 ‘나’를 위해 애쓰고 있다.

이제 잠시 숨을 고르고 그동안 지쳤던 마음을 도닥여 보자.

누구보다도 열정적이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한 이들의 음악과 함께

 

 

 

7월은 한 해의 새로운 시작입니다. ‘어느덧 하반기가

되었구나’라고 깨닫게 되는 시점이지요. 이때 생각나

는 음악은 베토벤의 5번 교향곡입니다. 운명 교향곡이

라 불리는 유명한 음악입니다.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은

1804년부터 1808년까지 약 5년여에 걸쳐 만들어졌

습니다. 작곡을 시작한 1804년은 베토벤이 모차르트,

하이든 등 선배 작곡가의 영향에서 벗어나 본인만의

음악 영역을 만든 기념비적인 해였고, 그 이후 엄청난

명작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때부터 명작들이 나온 이유에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는데요, 가장 유력한 주장은 베토벤이 청력을 잃어

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사람들과 만나기보다는 독서,

사색, 산책을 즐겨 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형성된

생각과 감정의 깊이가 작곡에 고스란히 투영되었기 때

문이라고 합니다.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로서, 청력을

잃어가는 마음은 어땠을까. 아무리 상상해 봐도 절망

이라는 단어 말고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베토

벤은 이런 비극적인 운명을 어떻게든 극복하고 지금도 많은 사람에

게 감동을 주는 음악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살다 보면, 어떤 운명 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기쁜 일만 있다

면 좋겠지만, 인생이 그렇게 녹록지 않죠. 대부분은 슬프거나 비극적

인 상황들이 주어집니다. 그럴 때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나는 얼마

나 보잘것없는가,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아무것도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을 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특히 3악장부터 4악장까지 쭉 이어서 듣기를 추천

합니다. 3악장의 무언가 불길하기까지 한 멜로디에서 이어지는 4악장

의 환희의 멜로디를 듣다 보면, 내가 운명에 좌절하고 주저앉기보다

는 좌절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다는 긍정의 에너지를 받게 됩니다.

듣고 있노라면 푸시킨의 시처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

나 노여워하지 말라고,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쁜 날이 올 것이라’

라는 믿음이 절로 들기 시작할 겁니다. 우리를 막을 것은 사실 없죠.

우리 자신의 인생은 우리가 나아가기에 따라 많이는 아니어도 조금

씩은 바뀌기 마련이니깐요. 결코 보잘것없지 않습니다.

베토벤의 글처럼 ‘슬픔에 뒤따른 기쁨이, 비가 멈추고 나서 비추는 햇

살이 그러하듯’ 어두운 마음을 벗어나 다시 맞이하는 빛을 마주해보

세요. 그 어떤 것보다도 즐거운 기쁨, 소중한 행복, 그리고 장엄한 감동

이 있을 겁니다. 인생은 아름다우니까요

 

 

 

파리에는 페르 라셰즈 묘지가 있습니다. 대형 공원에

가까운 공동묘지로, 쇼팽·오스카 와일드·에디트 피아

프 등 유명한 명사들이 묻힌 곳이지요. 쇼팽의 무덤

을 찾아가다 보면, 옆 옆자리에 낮은 비석이 있는 무덤

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미셸 페트루치아니라는 재즈

피아니스트입니다.

그는 불완전골형성이라는 불치병을 앓아, 키는 100cm

도 되지 않았고, 100번이 넘는 골절상을 겪었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할 때면 발도 닿지 않고, 연주할 때마다

엄청난 고통에 시달려야 했죠. 하지만, 그런 엄청난 질

병을 겪고 있음에도 그의 예술에 대한 재능을 막을 수

는 없었습니다.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는 없었지

만, 가족들의 지원으로 음악을 집에서 독학으로 배우

며 그의 연주 실력을 키웠죠.

그리고 1980년대부터 그가 연주하는 섬세한 감성과

명쾌한 리듬, 멜로디가 대중들에게 널리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선천적 질병에 더해 잦은 폭음

까지 겹쳐 건강은 빠르게 나빠졌고, 마지막으로 1990

년 후반에 100회가 넘는 공연과 많은 방송 출연을 감

당한 후 1999년 36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데이브 브루백의 말이 떠오릅니다. “재즈

는 자유를 뜻합니다. 재즈는 자유의 목소리가 되기 위해 만들어졌

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미셸 페트루치아니는 가장 부자

유스러웠던 몸과는 정반대로 그가 가진 음악적 재능, 긍정적인 열정

으로 가장 자유로운 사람, 재즈를 온몸으로 표현한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미셸 페트루치아니의 1998년 연주인 ‘Home’을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도 그는 이렇게도 아름답게 음악

을 연주했습니다. 공연예술이론가 목정원 선생님의 글처럼 그의 몸

짓과 선율을 가만히 앉아 느껴보십시오. 그가 건반을 누르는 손짓,

당당한 표정, 작지만 거인 같은 그의 몸을 감각으로 느끼다 보면, 재

즈가 어떤 음악인지 아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재즈는 그 무엇

보다 자유롭습니다

 

 

 

 

 

2024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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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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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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