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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장 화재 현장 뛰어든 우리 곁의 영웅 | 박유성 통장 |

2021-03-24

글 정지연 사진 김희진

 

승마장 화재 현장 뛰어든 우리 곁의 영웅
| 박유성 통장 |


‘히어로’ 하면 수많은 역경을 헤치고 지구를 구하는 어벤져스가 떠오른다.

하지만 우리 곁의 숨은 영웅들은 지극히 평범한 모습으로 누군가의 기적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19일 미사동 승마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용기 있는 행동을 보여준 박유성 통장(55세)이 바로 그런 영웅.

그는 불길 속에 뛰어들어 말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소방대가 도착할 때까지

적절한 현장 조처를 해 하남소방서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지극히 평범한 우리 곁의 히어로, 박유성 통장을 만났다.

 

 

 

 

당시 상황이 어땠나요?
저녁 6시쯤 김용훈(1958년생) 형님과 길을 가던 중 시커먼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봤어요.

얼핏 형님네 하우스 근처더라고요.

하우스에 불이 난 건가 싶어 급히 달려갔죠. 근데 가까이 갈수록 하우스 쪽이 아닌 거예요.

승마장 근처였어요. 혹시 쓰레기를 불법 소각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죠.

장으로서 불법 소각하지 말라고 말해야겠다 싶어서 그쪽으로 갔어요.

근데 진짜 불이 났더라고요. 바로 119에 신고했죠.

직원들이 퇴근했는지 문은 잠겨 있었어요. 할 수 없이 담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죠.

불이 난 곳이 말들이 잠자는 데라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마사 문을 열었는데, 천정에서 불꽃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거예요. 무서워서 다시 나왔죠.
119에 재차 전화해 큰 불이니까 빨리 오라고 하고 소화기를 찾는데 안보이더라고요.

근데 그때 눈이 오고 난 뒤여서, 바닥에 눈이 좀 쌓여 있었어요.

옷에 눈을 묻혀서 얼굴을 감싸고 다시 안으로 들어갔어요. 연기가 꽉 찼더라고요.

그걸 뚫고 가서 말을 끌고 나오려는데, 말들이 안 나오는 거예요.
갈기를 당겨서 억지로 끌어냈어요. 말 덩치가 워낙 크니까 조금 무섭더라고요.

다행히 말 두 마리가 먼저 나오니까, 다른 말들도 따라 나왔어요. 총 15마리 정도 됐을 거예요.

 

 

위험한 순간이었는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나요?
말들이 거기 있다는 걸 몰랐다면 119에 신고하고 말았을거예요.

근데 제가 미사1동 2통 통장이면서 여기 토박이라 어느 집에 누가 살고, 어떤 동물을 키우는지 다 알거든요.
미사1동 통장단 회의를 하면 최용호 동장님께서 지역 주민을 잘 보살펴 달라고 당부하고

강조하셨던 생각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고요.
말들을 살려야겠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동물들이 다 타 죽게 놔둘 순 없으니까.

마음 한편에 통장으로서 모른 척할 수도 없었던 이유도 있었을 거예요.


이번 일로 하남소방서로부터 표창을 받았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소방서장으로부터 표창을 받는 게 흔한 일은 아니잖아요.
뿌듯합니다.

뉴스에서 차량 화재 사고 현장에 뛰어들어 생명을 구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 싶었는데,

제가 그런 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가족이나 주변 반응은요?
그날 당일은 아내가 걱정할 것 같아서 아무 얘길 안 했어요.

나중에 동네에 소문나면서 알게 됐죠.

남편이 불길 속에 뛰어들었다는 얘길 듣고 아내가 기겁하더라고요.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아들은 “우리 아빠 멋있다”고 얘기해줬어요.

자기도 어디 불 나면 뛰어들 거라고 해서 등을 한 대 때려줬습니다.

동네에선 통장 잘 뽑았다는 얘길 많이 해줬어요.

 

이번 일로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정말 돕고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구든 집에 불이 날 수 있잖아요. 꼭 불이 아니라 다른 사고가 날 수도 있고.

그럴 때 조금만 도와주면 인명이나 재산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걸 이번에 경험했어요.

특히 초기에 나서면 큰 도움이 되겠더라고요.

서로 도와줄 수 있는 문제가 많은데, 요즘은 개입을 잘 안 하려는 것 같아요.

런 부분이 좀 안타깝습니다.

 

"위급한 일이 생겼을 땐 피하지 말고, 초기에 개입해서 사고를 막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질 거고, 더 살기 좋은 하남이 될 것 같아요."

 

 

 

2021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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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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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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