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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피아노 협주곡 2악장은 느리고 서정적인 느낌으로 작곡된다.
쇼팽, 라흐마니노프, 라벨, 모차르트. 가을이 짙어지는 11월 우리에게
‘특별한 10분’을 선사해 줄 아름다운 피아노 협주곡 2악장을 소개한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이 20살 무렵 같은 음악원에 다니는 여성
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 2악장의 시작은 부끄러운
마음과 불안한 현실에 좋아한다는 말을 전달하지 못하고 떠는
듯한 피아노 선율로, 듣는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 이처럼 절절
하기까지 한 멜로디를 넘어, 사랑으로 깊어지는 갈등을 담은 강
렬한 멜로디가 중간을 이끌고, 마무리에는 ‘하지만 다시 그녀를
조용히 사랑하겠다’는 듯이 조곤조곤히 잦아든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예술혼과 뛰어난 재능을 담아 만들면,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 11월 흩뿌려진 낙엽이 가득한 거리에
서 들으며, 내 안의 로맨틱한 마음을 헤아려보기를 추천한다.
✽추천 연주: 아르투르 루빈슈타인, 조성진 연주(유튜브에서 감상 가능)
재기 넘치고 즐거운 멜로디만 썼을 것 같은 모차르트
가 슬픈 단조로 만든 음악으로, 청아하지만 깊은 우
수에 가득 찬 멜로디가 내내 이어진다. 담담하게 담긴
선율이 이토록 명확하게 슬픔을 나타낼 수 있음을,
그리고 조용한 슬픔이 강한 슬픔보다 더욱 풍부하게
슬픔을 나타낼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는 최고의 피아
노 협주곡이다.
모차르트가 ‘피가로의 결혼’을 작곡하며 자신의 뛰어
난 재능을 본격적으로 발휘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음
악으로, 인류를 통틀어 최고의 음악 천재가 가장 뛰
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던 시절에 작곡되었다. 얼음과
도 같이 서늘한 가을 숲 속에서, 가장 위대한 작곡가
가 마치 우주가 생기기 전부터 있었을 것 같은 아름
다움을 표현한 피아노 협주곡을 들어보자.
✽추천 연주: 엘렌 그리모 연주(유튜브에서 감상 가능)
모리스 라벨이 생애 후반기에 작곡한 곡으로, 그의 인터뷰처럼 클래식에
재즈풍을 더한 독창적인 피아노 협주곡이다. 피아노 솔로가 잔잔하지만
매우 깊게 울리고, 이어지는 쓸쓸한 플루트와 이에 더해지는 오케스트라
의 선율은 듣는 사람에게 외롭고 쓸쓸하나 마냥 슬프지는 않은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치닫는 클라이맥스 부분을 넘어 다시 아름
답고 차분한 선율로 끝난다.
모리스 라벨은 이 음악을 작곡한 후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그 후유증
으로 거의 음악을 작곡하지 못하다 사망했다. 짙은 가을밤, 집 안에서 그
가 마치 자신의 인생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만든 듯한
‘특별한 음악 회고록’을 영화를 보듯이 마주해보자.
✽추천 연주: 백건우-파리 오케스트라 연주(유튜브에서 감상 가능)
큰 실패로 우울증에 걸린 라흐마니노프를 구원한 음악이다. 당시 라흐마
니노프는 깊은 슬럼프를 치료하기 위해 “당신은 반드시 새로운 협주곡을
작곡할 것이고, 그 곡은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다”라고 몇 개월간 계속 반복
하며 자기 암시를 주어, 자신감을 살려냈다고 한다.
초반부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감미로운 선율로 마음을 달래고, 스
멀스멀 피어오르는 희망의 메시지가 이어진다. 하지만 이윽고 다가오는 슬
픈 멜로디는 마치 인생의 비극을 표현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 모든 음울함
을 바로 정화시키는 찬란한 멜로디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은 마무리된다.
사람의 마음은 깊고 복잡하지만, 모든 어려움을 이겨낸 인생만큼 아름다
운 것이 없다며, 라흐마니노프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위로의 말을 건네는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 안개가 짙은 가을 새벽에 들으며 깊숙한 위안을
받길 바란다.
✽추천 연주: 니콜라이 루간-KBS 교향악단 연주(유튜브에서 감상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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