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별보기
음악으로 기억하는 소중한 순간
클래식&재즈 이야기
음악으로 인해 감정이 정화되고 변화하는 걸 느낄 때가 있다. 그 순간의 기억으로 행복할 때 혹은 힘들 때
다시 꺼내어 듣는 음악은 누군가의 위로처럼 다가온다. 이 가을, 소중한 순간의 기억을 만들어 줄
클래식과 재즈를 소개한다.
잠시 여담부터 시작하자면, 원래 11월에는
브람스의 음악을 소개하려고 했습니다.
가을에는 역시 브람스니까요. 하지만 10
월 예술의 전당에서 피아니스트 손민수
선생님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
를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아 결심했죠.
‘그 어떤 음악보다 이 음악 소개를 우선해
야겠구나.’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라는 명칭이 전혀
과하지 않은 음악가입니다. 바흐 이후 그
어떤 작곡가도 그가 남긴 음악적 유산을
벗어나지 못했으니까요. 그리고 그의 최
고 작품 중 하나가 바로 골드베르크 변주
곡입니다.
널리 알려지기로는 어떤 유력자가 불면증
에 시달린 나머지, 건반악기 연주자인 골
드베르크에게 작곡을 의뢰했고, 골드베
르크에게 이야기를 들은 바흐가 작곡했다
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과장이라고 하며,
다만 골드베르크가 처음으로 연주해서
이런 명칭이 공식화되었다고 합니다
잠시 구조를 설명해 드려야 할 것 같은데
요. 바흐는 이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치밀
한 계획에 따라 작곡했는데, 첫 아리아와
30개 변주곡 그리고 마지막 아리아로 짜
여있으며, 이 총 32곡이 16번째 변주곡을
기점으로 1부와 2부로 나뉩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30개가 넘는 곡으
로 만들었다는 것, 각 곡의 특성은 매우
개성적이고 뚜렷함에도 매우 질서정연
하다는 것에서 이 변주곡은 매우 위대한
작품입니다.
이 음악이 신기한 점은 듣는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 다가오는 감상이 달라진다
는 점입니다. 어느 편한 날 아침에 이 음
악과 함께 커피를 마시면, 세상 모든 근심
걱정이 없는 편안함을 가져다주며, 어느
힘든 날 이 음악을 들으면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다양하고 화려한
조성이 아니라 G장조라는 한 조성으로
함축되어 있습니다. 내가 너무 힘들 때 쓸
데없이 긴 얘기나 강력한 질책보다그냥
내 이야기와 감정을 헤아리며, 고생했다
고 말해주는 친구와도 같은 음악이라, 다
양한 감정에 따라 그에 맞는 감성이 느껴
지는 건 아닐까도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손민수 선생님의 인터뷰를
발췌해 봅니다.
“가장 단순한 노래로 시작해 다시 돌아
온다. 긴 여행 끝에 돌아오는 것, 또는 삶
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 경험을 한 번 하고 나면 잊히지 않는
다.”(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시작하는 첫 아
리아와 마무리하는 마지막 아리아가 똑같
은 연주입니다.)
깊어가는 가을,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깊
이 경험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삶을 지탱
하는 큰 영혼의 울림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클래식 소개와 마찬가지로, 재즈 소개도 잠시 여담으로 시작
하겠습니다. <청정하남>의 ‘잘합니다’와 ‘자랍니다’ 원고는
브랜드마케팅팀에서 직접 쓰고 있습니다. 쉽지는 않습니다.
내용에 맞는 책이나 시구절은 예전에 읽었던 내용을 구구절
절 생각해 내야 하며, 클래식이나 재즈 그리고 다른 것들도
예전보다 더 많이 듣고 보면서 내용을 기획해야 하니까요.
그럼에도 수고(?)를 감수하는 이유는 이러합니다. 다 만족하
시지는 못해도, <청정하남>을 잠시라도 읽으시며 기억할 수
있는 순간이나, 스스로 가지고 있던 감정이나 인상을 다시 떠
올리셨으면 좋을 것 같았거든요.
긴 여담을 말씀드린 이유는 11월에 소개할 음악이 바로
‘Unforgettable’이기 때문입니다. 1951년 냇 킹 콜의 앨범
Unforgettable의 싱글 곡이지요. 당시에도 많은 인기를 끌었
으나, 이보다는 1991년 딸인 나탈리 콜과 듀엣 버전으로 낸
음악이 더욱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냇 킹 콜은 1965년에 사망했지만, 더빙으로 목소리를
입혀 나탈리 콜과 듀엣으로 음악을 만들었고, 이후 그래미 시
상식에서 냇 킹 콜은 영상 속 모습으로, 나탈리 콜은 현실 공
간에서 함께 노래를 부른 것으로 유명합니다
흘러가는 시간들로 인해 지금은 만날 수 없으나, 재즈 음악
이라는 수단을 통해 함께 기억을 공유하고, 잊을 수 없는 순
간을 만들어낸 아름다운 장면이죠. 기술을 이용하기는 했으
나 음악을 통해 보는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깊은 감정을
안겨준 순간이라고 하겠습니다.
음악에 대한 이해도나 전문 지식은 부족하지만, 결국 음악이
주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그런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음악을
듣는 동안 우리가 가지게 될 감정, 그리고 기억들 말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Unforgettable’을 들으며 지금 우리
가 보내고 있는 가을의 한순간을 소중히 기억하고 간직하셨
으면 합니다. 스산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이지만 아마
시린 마음보다는 따뜻하고 온화한 마음이 들 테니까요.
- 이전글 동정 소식
- 다음글 가을과 겨울 사이, 별자리를 구경하세요
- 기사수 1291
- 조회수 338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