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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샐러드
포스트 코로나, 행복의 척도가 달라진다

2020-09-25

포스트 코로나,
행복의 척도가 달라진다

 

인간은 무한 욕망을 추구하는 사이클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적정한 행복이 무한한 욕망보다 우선시 될 것이다. 사회적으로 강요된 원트가 아닌 진짜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가면서, 더 적은 것을 가지고 적정 기술로 공존하는, 그런 삶을 살 것이다. 이것은 이번 사태의 결과임과 동시에 넥스트 코로나가 다시 찾아왔을 때 인류가 함께 살아남기 위한 생존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혜로운 만족감’ 추구하는 코로나 사피엔스
만족감이라는 기제가 뇌에서 거의 발달하지 않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욕망을 추구한다. 만족 하면 멈춰야 한다.

그러니까 ‘만족감’이라는 건 인간을 안전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심리 기제로서 브레이크와 같은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포만중추라고 하는 뇌하수체에 있는 특정 부분이 망가지면, 창자나 위장에 큰 무리가 갈 때 까지 계속 먹게 된다. 정말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사회적으로 원하는 걸 계속 추구하다 보면 훨씬 더 많이 가져야 하고 훨씬 더 많이 빼앗아야 한다. 그런데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걸 알아가면서 그에 대한 역량을 발전시켜가는 사회에서는 더 적은 걸 가지고 공존하면서도 다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원트(want)에서 라이크(like)로
척도가 바뀐다는 건 심리학자들 사이에서는 두 가지 용어,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첫 번째, 우리가 상식적으로 그리고 직관적으로 아는 것처럼 기준이 바뀐다는 의미이고 행복의 척도가 원트에서 라이크로 가야한다는 걸 뜻한다. 지혜로운 만족감을 추구하는 사회로 간다는 게 낙관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준엄한 이야기로, 내 만족감이 지혜롭지 않으면 훨씬 더 불행하게, 불만족한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많은 심리학자들이 ‘인정투쟁’에 대해 이야기했다. 40평짜리 집에 사는 사람이 50평짜리 집에 가고 싶은 이유가, 50평에 사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어서라는 건데 인정투쟁은 끊임없이 비교 우위에 서 있어야 하는 것을 뜻한다. 비교만큼 나의 행복을 취약하게 만드는 게 없다. 남의 감탄을 받는 게 목적인 삶은 어려운 삶이다. 그 감탄의 주체를 상대방이 아닌, 나로 바꿔야 한다. ‘라이크’란 무엇일까? 내가 좋아하는 것, 나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는 것, 나의 미학적 경험들이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것인 셈이다.

 

3점 척도에서 7점 척도로
두 번째는 조금 학술적이고 미묘한데 이것도 첫 번째 못지않게 중요하다. 3점 척도에서 7점 척도로, 라이크에 민감해진다는 걸 의미한다. 미시적 의미의 척도를 바꾼다고 얘기할 때 심리학자들이나 사회과학자들이 이렇게 얘기한다.

5점? 7점? 몇 점 척도로 바꿀까? 이런 식인데, 이게 바로 심리 검사를 사용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리커트 척도’이다. 심리테스트에서 볼 수 있는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매우 그렇지 않다’의 5단계 척도가 가장 흔하게 쓰이는 방식이다. 7점 척도는 그보다 세밀해서 테스트를 받는 사람이 그 사안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면 7점 척도를 진행할 수 없다. 답변하는 사람이 어떤 대상에 대해 잘 알고 깊이 알면 3점이나 5점 척도가 아닌 7점 척도까지도 가능하다.

 

“원트(want)에서 라이크(like)로 사회적 척도가 바뀐다. 소유와 욕망에 대한 재정의가 이루어지고,
‘지혜로운 만족감을 추구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때다.”
『코로나 사피엔스』 중에서

 

라이크와 만족을 알아차리기
첫 번째 척도와 연결되는 얘기인데, 사람들이 조금 더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자신의 라이크와 감탄에 민감해지고 예민해지면, 그 대상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 전문가가 되는 거다. 리커트식 척도의 세밀한 변화를 안다는 게 중요한 측면이 있다. 예전에는 전 국민이 다 보고, 전 국민이 다 신고, 전 국민이 다 입는 것들이 있었다. 소위 대박 드라마라고 하면 시청률이 60~70%까지 나왔다. 그런데 요즘처럼 한 명 한 명 각자의 라이크가 중요해지면 어떻게 가야 하느냐? 대박 신화에서 벗어나서 완판 개념으로 가야 한다. ‘너 빼고 다 샀어’라고 광고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라이크 변화에 따라 눈금을 5점에서 7점으로 세밀하게 맞춰야 하는 거다. 다양한 상품을 소량 생산하면서, 소량이지만 완판 하는 지혜로운 개념으로 가는
것이다. 똑똑한 기업은 과거의 대박 신화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게 바로 척도의 변화이다. 눈금이 좁아지고 있구나,
구체적으로 변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계속 그쪽으로 가고 있다.

 

느슨한 관계 속 적정한 행복을 누리는 삶
행복의 척도가 변화하면 교육도 기업도 달라져야 한다. 개성을 찾아주고, 개성을 성장시켜주는 활동이 중요하다.
대량 소비로 인해 끊임없이 자연을 파괴하는 자본주의로부터 우리의 다음 세대를 구하려면 같은 자원도 좀 더 효
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는 지혜를 만들어내야 한다. 개성을 살리는 게 사실은 굉장히 중요하고 지혜로운 메커니즘이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적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문명과
국가, 개인만이 다른 문명 또는 다른 문화와 공존할 수 있다.

끝없이 욕망을 추구하는 국가나 문화는 반드시 크게 당하고, 역으로 침략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그러니 우리를 잘 지킬 수 있는 최고 경쟁력은 바로 공존력이고, 적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이다. 경쟁력이 아닌 공존력을 갖춰야 가장 안전한 개체가 된다. ‘선진국’이라는 개념도 결국 인정투쟁의 산물이다. 이번 K-방역의 경우, 과연 우리 안의 어떤 힘이 잘 헤쳐 나가도록 만들었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선진국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좋은 나라, 행복한 나라를 규정할 수 있다. 지금은 원거리에 있는 사람과도 내가 좋아하는 걸 공유하며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기술이 있으니까, 사회적 거리 두기의 느슨한 관계에서 적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지혜롭고 효율적인 삶이 되면 좋겠다.

 

김 경 일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인지심리학자이자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아주대학교 창의력 연구센터장을 지냈고, 게임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심리학의 지혜를 널리 알리고 있는 명강사이기도 하다. ‘생각의
작동 원리’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심리를 알기 쉽고 친근하게 설명하며,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것들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나는 지금까지
자기의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억제하려 함으로써
행복을 얻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 존 스튜어트 밀 -

 

작은 일들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능력이
가정을 행복하게 하고
인생을 멋지게 만든다.
- 루이자 메이 올컷 -

 

오늘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을 선택하겠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삶에 감사하겠다.
- 안네 프랑크 -

 

행복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은
너무 큰 행복을 기대하는 마음이다.
- 폰트넬르 -

 

슬픔 속에는 연금술이 있다.
슬픔은 지혜로 변해
기쁨 또는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
- 펄 벅 -

 

행복의 기준이 변화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행복과 희망에 관한 격언을 되새기며

적정한 행복을 누리는 지혜를 발휘해 보자.

 

자신이 불행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더 많다.
- 슈바이처 -

 

희망은
좋은 소식이 나쁜 소식보다 우세한지
계산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다.
희망이란
그저 행동하겠다는 선택이다.
- 안나 라페 -

 

행복은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문제들을 다루는 능력이다.
- 스티브 마라보리 -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공동체 안에서만
완전해질 수 있다.
- 아리스토텔레스 -

 

나와 이웃은 한 뿌리의 이파리들이다.
한 이파리가 불행하면 다른 이파리도 불행하게 된다.
이것이 내가 행복해야 할 이유이다.
내 삶이 행복해야 더불어 이웃의 삶도 행복해진다.
- 법정 스님 -

2020년 10월호
  • 기사수 1271
  • 조회수 4261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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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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