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별보기

하남 산책
철새 따라, 물길 따라 무해한 산책 당정섬

2025-01-23

철새 따라, 물길 따라 무해한 산책 당정섬


만물이 움츠러드는 혹한의 계절이라지만 당정섬에는 자연이 생동한다. 작은 섬에 깃을 내린 철새들이 자유로이 오르내리고, 자생식물들은 신비로운 생명력을 발산한다. 당정뜰과 물길을 따라 거닐며 순도 높은 자연을 누려볼 것. 도시의 수군거림을 벗어난 산책이 일상에 여유와 풍류를 선사할 테니. 

글. 김주희 사진. 조병우

 

 

 

 

 

자연의 회복력으로 ‘다시 태어난’ 섬

 

해마다 겨울이 되면 당정섬에 큰고니가 날아와 월동 준비를 한다. 한강과 산곡천이 만나는 지점인 팔당대교 하류에 

위치한 당정섬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철새 도래지로 이름나 있다. 철새들이 군집을 이루며 일사불란하게 비

상하는 풍경을 목도할 수 있다. 

수도권 최대의 큰고니 도래지로 알려진 당정섬에는 유구한 역사가 깃든다. 아득한 과거, 이곳에 터를 잡은 주민은 

200여 년 땅콩 농사를 지으며 살다가 1925년 을축년 대홍수를 겪은 후 육지로 이주했고, 이때 당정섬은 취락 형태를 잃고 농경지로 남았었다. 이에 앞선 1787년, 조선시대 후기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숙했던 곳이기도 하다. 한양에서 배를 타고 고향으로 가던 길에 가족들과 하룻밤을 머문 그는 당정섬을 기록한 시를 남겼다.

돌아보건대, 당정섬은 ‘다시 태어난’ 섬이다. 1986년 한강종합개발사업에 따라 진행된 골재채취 작업으로 인해 26만 평의 거대한 섬은 1995년 자취를 감췄다. 사람들의 관심이 끊긴 채 기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한강은 성실히 물속에서 모래와 자갈을 쌓아 올리며 기어코 섬을 되살려냈다.

자연의 회복력이 웅숭깊게 빛나는 이곳에서 지금도 새로운 생명이 성장하는 중이다. 섬 일대에서 지속적으로 퇴적작용이 일어나며 섬의 규모가 확장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심이 얕고 수생식물이 많은 덕분에 철새들도 보금자리로 삼고 있다. 

하남시는 당정섬 주변에 자전거 산책로를 만드는가 하면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전망대와 주민을 위

한 산책로, 휴식 공간을 조성하며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실현했다.

 

 

 

 

 

새들의 신비로운 안식처

 

당정섬에 들어설 수는 없지만 섬과 인접한 당정뜰 일대를 둘러볼 수 있다. 당정섬으로 향하는 길은 고즈넉하고 평화롭다. 섬에 가까워질수록 새들의 우렁찬 소리와 물길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자연의 음성을 벗 삼아 섬을 바라보면 수많은 철새가 날아오르는 한 폭의 그림 같은 광경을 마주한다. 영하의 날씨에 한껏 움츠러든 이 계절, 힘차게 비상하는 철새들의 군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몸에 활력이 더해진 기분이다. 

특히 파란 강물을 유영하는 뽀얗고 새하얀 고니는 묘한 색의 대비를 이루며 이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오후의 따사로운 빛이 내려앉은 물 위에 하얀 꽃이 만개한 것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큰고니는 매년 11월 당정섬을 찾아 월동한 후 이듬해 2월쯤 번식지 툰드라를 향해 먼 여정에 나선다. 고니의 하루에도 정해진 일과가 있는 것일까. 일순 새들의 날갯짓이 바빠진다. 한 무리가 날아오르자 또 다른 무리가 섬에 내려앉는다. 새들의 움직임에서 오르고 내리는 자연 순환의 이치를 감지할 수 있다.

새의 모습을 가까이 보고 싶다면 조류전망대에 머물 것. 망원경을 통해 큰고니, 꼬마물떼새, 청둥오리, 넓적부리, 큰기러기, 흰뺨오리, 호사비오리 등이 유유자적 노니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인 참수리, 흰꼬리수리도 자태를 드러낸다.




 

 

느리게 느리게, 작은 보폭의 즐거움

 

한강을 등지고 당정뜰 안쪽으로 들어서면 또 다른 생태를 마주하게 된다. 연못을 중심으로 갈대와 다양한 수생식물들이 자리한 자생식물정원이 자리한다. 이곳을 온전히 경험하기 위해서는 한없이 걸음을 늦춰야 한다. 작은 보폭으로 데크를 따라 연못을 휘돌아 산책을 즐기며 여유로운 사색을 누릴 수 있다. 

당정뜰 메타세콰이어길도 놓치지 말자. 덕풍교에서 산곡교까지 1.2km 구간을 연결한 산책길은 공사 현장에서 버려진 나무를 기증받아 식재해 완성한 거리다. 편도 20분 정도 소요되는데, 키를 훌쩍 높인 나무 사이를 거닐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소담한 풍경에 시선을 오래 두는 것만으로도 충만한 여행이 될 터. 날씨가 따뜻해지면 한강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 도로에서 라이딩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인공적인 힘과 시간의 흐름에도 결코 마모되지 않은 자연의 생명력을 품은 당정섬과 당정뜰. 이 대지가 간직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특별한 겨울 산책에 나서보는 건 어떨까.



2025년 2월호
  • 기사수 1347
  • 조회수 292
2025-01-23
2025년 2월호 썸네일

콘텐츠 만족도 조사

만족도 조사

현재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편의성에 대하여 만족하시나요?

담당자 정보

  • 정보관리 공보담당관   브랜드마케팅팀
  • 전화번호 031-790-6066
  • 최종수정일 2024.06.10.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