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별보기
‘욜로’에서 ‘요노’로 변화한 소비 문화
2010년대 ‘욜로(YOLO)’ 열풍이 소비시장을 강타했다. ‘인생은 한 번뿐(You Only Live Once)’이라는 의미로, 불확한 미래를 대비하며 부지런히 저축하기보다는 현재의 삶을 최대한 즐기겠다는 문화다. 욜로 열풍은 열심히 일해도 내 몸 하나 누일 집 한 칸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에 회의감을 느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져 나갔고, 이들은 내일의 행복을 위해 절약하는 대신 해외여행이나 호캉스, 맡김차림(오마카세), 수입차 구매 등 오늘의 만족을 위해 과감한 소비를 감행하곤 했다.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만 같았던 욜로 열풍은 전 세계적 경제 침체와 함께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대표되는 ‘3고’가 욜로족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물가는 끝을 모르는 듯 상승하는데 고용률과 임금 상승률은 그대로인 현실에서 지출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지갑을 굳게 닫기 시작했다.
요노(YONO)는 이러한 상황에서 새롭게 부상한 소비 문화다. ‘필요한 것 하나면 충분하다(You Only Need One)’는 의미의 요노는 욜로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필요한 것도 충분히 고민한 후 구입한다는 의미다.
절약도 즐겁고 긍정적으로
요노 소비의 등장은 소비자들의 성향을 크게 변화시켰다. 한 시중은행이 자사 카드 결제 내역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2030 세대의 배달앱 결제 수는 이전해 대비 9%, 수입차 구매는 11% 감소했다.
반면 저렴한 간편식 결제는 21% 증가했고, 국산차와 중고차 구매는 각각 34%, 29%로 증가했다. 가격 대비 성능, 즉 가성비를 중시하는 2030 세대가 실용성과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하며 신중한 소비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독특한 점은 2030 세대들이 요노 소비를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닌 즐겁고 긍정적인 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소비 자체를 중단하는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재테크를 하는 ‘짠테크’ 등 이색적인 방식으로 요노 소비를 실천한다. 요노 소비 열풍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비슷하게 확산하는 중이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에 출생한 젠지(GenZ) 세대를 중심으로 요노 소비와 유사한 ‘저소비 코어(Underconsumption Core)’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데, 낡고 헤진 물건을 사용하는 모습이나 소비를 줄이는 챌린지를 SNS에 게재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지속되는 경기 불황 속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실천하고 있는 이들에게 요노 소비는 감춰야 할 습관이 아닌 재미있고 자랑할 만한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 이전글 동정 뉴스
- 다음글 오늘 뮤지컬 음악 한 곡 어때요?
- 기사수 1347
- 조회수 291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