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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사 1
10월의 시 한 구절, 우리 삶에 빛이 될 수 있다면

2024-09-25


아름다운 단어, 문장이 우리 삶에 빛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오늘,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시 한 구절을 읽으며

일상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어보자.

 

이상

‘이런 시’ 중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 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라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본명은 김해경으로 시인이자 소설가, 건축가 등 다양

한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했으나, 생전에는 크게 인기

를 끌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일본에서 27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지금도 서촌에는 이상이 살던 생가를 ‘이상의 집’이라

는 전시관으로 운영하고 있어, 그가 지냈던 공간에서

그의 삶을 느껴 볼 수 있다.

이상의 ‘이런 시’는 금홍이라는 기생과 살다가 헤어진

후 또는 헤어짐의 과정에서 썼다고 전해진다. 이별해서

다시는 못 만날 인연임에도 상대방을 아직도 경외하

고 있음을 담은 구절을 음미해 보자

 

황동규

‘즐거운 편지’ 중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영문학자이자, 시인으로 알려진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버

지는 ‘소나기’로 유명한 황순원 선생이다.

예전에 많은 인기를 끌었던 영화 <편지>에서 남자 주

인공인 박신양이 여자 주인공인 최진실에게 이 시를 읽

어달라고 한 장면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삶이 정신없고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

도로 바쁘더라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나를 생각하고

조용히 위로하고 있음을 떠올리며, 마음의 위안을 받

을 수 있게 ‘즐거운 편지’를 읽어보자

 

 

 

박인환

‘목마와 숙녀’ 중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 목메어 우는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모더니즘 시인으로 전후 시대에

많은 활약을 했으나, 앞서 소개한 문학가 이상의 기일

을 기념하기 위해 수일 동안 많은 술을 마시고 급성 심

장마비로 요절했다.

시인의 고향인 강원도 인제에는 박인환 문학관과 생가

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시인이 운영했던 ‘마리서

사’라는 서점, 자주 들렸던 충무로 ‘유명옥’이라는 술집

등이 복원되어 있어 그때의 느낌을 즐겨볼 만하다.

가을에 한껏 도취해 약간 과장될 정도로 삶의 멋을

부리고 싶은 날,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의

한 구절을 즐기며 ‘가을의 멋’을 한껏 누

려보자

 

윤동주

‘별 헤는 밤’ 중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그 어떤 설명도 필요 없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인.

죽는 날까지 스스로 가진 생각과 행동을 반성하며, 독

립운동을 위해 나섰고, 그로 인해 일본 후쿠오카 형무

소에서 숨을 거두었다.

시인이 삶으로 검증한 고민과 누구보다도 뛰어난 감수

성으로 써 내려간 단어, 문장들은 언제 읽어도 마음속

깊은 곳에 울림을 가져다준다.

깊어가는 가을밤, ‘별 헤는 밤’을 읽으며, 가을의 순간

과 정감을 마음껏 느껴보고 윤동주 시인에게 무한

한 존경과 감사를 보내보자.

 

 

 

202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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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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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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