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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살롱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위한 클래식&재즈 이야기

2024-09-25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위한

클래식&재즈 이야기

 

순간순간 흘러가는 시간이 모여 소중한 오늘이 된다. 우리는 오늘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얽매여, 혹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소중한 순간을 허비하고 있지는

않을까. 다시는 오지 않는 오늘, 이 순간의 나를 위해 음악으로 충전하는 시간을 선물해 보자

 

 

10월에 반드시 들어봐야 할 클래식 음악을 한 곡 추천한다면,

바로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입니다. 3악장 약 25분

에 걸친 음악이 단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은 명곡이지요.

막스 브루흐는 이 바이올린 협주곡 1번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

만, 하필 인기를 끌기 전에 곡에 대한 저작권을 매우 저렴한 가

격에 팔아버렸고, 정작 인기를 끌고 나서는 돈을 벌지 못해 가

난에 시달리다가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런 최고의 음악을 작곡한 사람이 정작 가난에 시달리다가 삶

을 마감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지만, 사실 예술가의 삶 다수

가 그런 편이지요. 오랜 시간이 흘러도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

들어 낸 슈베르트, 반 고흐 같은 예술가들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으니까요.

 

그런 비극적인 에피소드와는 별개로깊어져 가는 10월,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고 있으면 지금, 이 순간 음악을 들으면서 느끼는 감정이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새삼 깨닫고는 합니다. 애처로운 1~2악장을 지

나, 경쾌한 3악장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멜로디를 듣고 있으

면, 내가 오늘, 그리고 지금,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들의 오늘은 어떤 의미일까요. 바쁘게 일하다 보니 오늘

이 며칠인지도 헤아리지 못했을 수도 있고, 아무 일 없이 가만

히 지내다 보니 그저 무료한 오늘이 지겨울 수도 있겠죠.

그 어떤 상황이더라도 이 아름다운 음악 한 곡을 듣기 위해 당

신의 25분을 투자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25분 내내 쉴 틈 없

이 마음을 울리는 음악과 함께라면 지금 내가 오늘을 살고 있구

나,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달

을 수 있을 테니까요.

레오니드 코간, 야사 하이페츠, 힐러리 한···, 그 어떤 바이올리니

스트도 좋습니다. 어디라도 좋고, 낮이든 밤이든 언제라도 좋겠

습니다. 10월 중 어느 날이면 충분합니다. 박현욱 작가 소설의

내용처럼 지금 우리가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만나는 시

간은 항상 오늘일 테니까요. 아마 다음에 들어도 그날은 오늘일

겁니다. 내일이 아닌.

여러분의 소중한 오늘이 되기를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실어 응원합니다

 

 

 

 

1년 전인 작년 10월, 재즈 피아니스트 칼라 블레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독특한 헤어 스타일과 독보적인 캐릭터를 가지

고 있는 분이었죠. 정규 음악교육을 포기하고 17살부터 홀로

뉴욕으로 떠나 클럽에서 담배를 판매하는 를 하

며 재즈 뮤지션의 꿈을 키웠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능을 발

휘하기 시작했습니다.

독특한 헤어 스타일과는 달리 부드러운 분위기로 피아노를

연주하며 많은 명반을 만들었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습

니다. 그녀의 음악을 들으면 어떤 감정을 가지고 하루를 시작

해도 대부분 ‘좋은 하루’로 마무리되고는 했으니까요.

2018년 그녀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이미 80살이 되었지만, 덤덤하면서도 깊은 음악을 들려주며

사람들을 감동시켰죠. 저를 비롯해 그 자리에 있었던 많은 사

람들의 감정은 대부분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냥 그

순간이 그저 좋았을 거예요. 다른 이유 없이 말입니다.

그녀의 가장 유명한 음악은 ‘Lawns’입니다. 하지만 공연 마지

막까지 그 음악을 들을 수는 없었죠. 그녀는 공연을 마치고

난 후, 앙코르 음악으로 ‘Lawns’를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현장에 있던 사람으로서, 음악을 듣던 공간과 시간을 아

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순간의 기적’이 있다면 아마 그런 때를 말하

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특별하지는 않아도 나에게는 지금이

기적 같은 순간임을, 그리고 이 순간은 바로 사라지겠지만 앞

으로도 오래도록 기억될 시간이었음을, 그리고 그때 마주했

던 사람들은 앞으로 대부분 거의 만나지 못할 사람들이겠지

만, 함께 ‘순간의 기적’을 체험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스스로 가진 희망을 이뤄내기 위해 살다 보면 그에 따른 좌

절, 시련, 어려움들이 공존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

도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겠다는 의지와 지금만을 위해 살겠

다고 집중한다면 누구에게나 기적 같은 순간이 주어지지 않

을까요.

재즈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무작정 뉴욕으로 올라와 담배

를 하던 칼라 블레이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리고 그녀는 ‘순간의 기적’을 스스로 살고 우리에게 그 기적

을 공유했죠. 1년 전 세상을 떠난 그녀에게 깊은 존경을 보냅

니다.

 

 

 

 

 

 

 

 

 

 

 

 

 

 

 

 

 

 

 

202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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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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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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