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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살롱
휴식을 돕는 클래식&재즈 이야기

2024-05-27

초여름, 음악을 들으면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거나 목가적인 전경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상상을 해보는 건

어떨까.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6월의 클래식&재즈를 통해 잠시 한가로이 휴식을 취해보자.

 

 

20년 전쯤 클래식 FM 라디오를 통해 슈만의 피아노 4중주를

처음 들었습니다. 듣자마자 너무나 마음에 들어, 홈페이지로

찾아가 음악의 이름을 알아냈었죠. 그 이후, 계절이 달라지는

시기에 이 음악을 항상 들었습니다. 단 한 번도 질리지 않았어

요. 너무나도 낭만적인 곡입니다. 로베르트 슈만이 클래식 음

악을 낭만과 감정의 세계로 이끌었다고 하는데, 이를 가장 충

실히 증명하는 음악입니다.

슈만의 피아노 4중주는 1842년에 작곡되었습니다. 세기의 사

랑으로 불리는 클라라와의 이야기가 유명한데요. 클라라의

아버지인 프리드리히 비크의 극렬한 반대로 인해 법정 다툼

까지 한 끝에, 1840년 승소하여 결혼할 수 있었습니다. 어려

움을 이겨내고 이뤄낸 사랑인 만큼, 1840년부터 슈만은 자신

의 마음을 충실히 담아 사랑하는 클라라를 위해 헌정하는 음

악들을 써 내려갔고, 그 음악들은 대부분 명곡으로 꼽힙니다.

그중 <피아노 4중주 3악장>은 이런 슈만의 마음을 가장 여

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어렵게 허락받은 사랑에 대한 기대

감, 하지만 그런 기대감과 별개로 드는 미래의 불안과 두려움,

하지만 이를 다 극복할 수 있는 클라라에 대한 애정이 모두 드

러나 있지요.

 

슈만이 이 음악을 작곡했을 때는, 연주 여행을 떠나 클라라와

오랜 시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음악에서는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을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면서 커진 그

리움이 물씬 묻어나옵니다.

문득 <피아노 4중주 3악장>은 이병률 시인의 시와 맞닿아 있

다는 생각을 합니다. 슈만의 음악을 들으며 이병률 시인의 시

처럼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믿

음조차 상실한 적, 마침내 당신과 떠나간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을 영원을 붙잡았던 적’을 떠올려보시길 바랍니다.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 그때의 기억과 시간은 우리

가 있는 공간 어딘가에 머물러 있을 겁니다. 그리고 삶의 기적

은 보통 그런 시간에 찾아온다고 하니깐요.

 

 

 

 

 

 

초여름으로 접어들면 역시 생각나는 건 ‘보사노바’입니다.

1960년대 브라질에서 시작된 음악으로, 조용하다 못해 잔잔

한 멜로디와 느슨한 박자로 듣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마음을

가져다줍니다. 여행을 가지 않아도, 마치 해변에 드러누워 일

광욕을 즐기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잘 만든 보사노바 음악

을 듣고 있으면, 어느 중남미 휴양지에 여행이라도 온 것 같습

니다.

6월에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Wave>를 소개합니다.

1967년 발매된 이후,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흔하게 흘러나

오는 보사노바의 최고 명곡이지요. 이 곡이 담긴 앨범 표지에

는 한 마리의 기린과 녹색 하늘과 파란색 바다로 표현된 배경

이 펼쳐져 있습니다. 마치 초록색과 파란색이 섞인 바다 물결

같기도 합니다. 언뜻 보면 무심해 보이기까지 한 표지를 보며

음악을 들으면, 저도 모르게 한적한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 너른 들판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목가적인

전경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느낌도 듭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미국 해군 조종사들을 위해 개발된 ‘해

파리 수면법’이 있습니다. 근육을 이완시키고 심호흡과 함께

 

해파리처럼 온몸의 힘을 빼다 보면, 2분 내에 잠이 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는데요,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아 불면증

을 반드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힘

을 뺀다’라는 말 정도는 힘든 하루를 보낸 우리에게 필요한 조

언이 아닐까 싶습니다.

회사, 거리, 집에서 항상 힘이 잔뜩 들어간 채 하루를 보내는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힘을 빼고, 흘러가는 시간을 그저

놓아둔 채, 보사노바 음악을 들으며 나른하게 쉬는 순간이지

않을까요.

오늘은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어 그저 우리들의 휴식을 돕는

<Wave>와 함께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쉬는 시간을 가져보시

기를 추천드립니다.

 

2024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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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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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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