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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샐러드
지방자치단체의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

2020-04-07

 

지방자치단체의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

 

 

엄중식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정책이사

 

 

2000년 이후 우리나라는 5~6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신종 감염병으로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신종 감염병이 유행하게 되면 의료적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손실이 크게 발생한다. 한국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국내에 메르스가 유행할 당시 3개월 동안 10조원 이상의 GDP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1월에 시작된 코로나19의 유행은 지역사회와 병원에서 확산되는 데다,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어 더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2020년 1월 20일 첫 코로나19 환자가 확진되고 30번째 환자가 확인될 때까지 주로 검역 과정이나 중국 여행력, 코로나19 환자와 접촉한 사람을 중심으로 선별 진료가 이뤄졌다. 그러나 31번째 환자가 발생한 이후 코로나19는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유행 양상으로 변화했고, 3월 25일 현재 대구 경북의 큰 유행이 잦아들고는 있으나 전국적으로 확진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사망자 및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입국자 중 확진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시험대 오른 지자체 감염병 대응력 

신종 감염병이 지역사회에 유행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의심 환자를 확진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해야하고, 확진 환자와 밀접 접촉자를 파악해 관리하기 위한 조직도 신속하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환자와 자가격리 중인 접촉자를 지원하기 위한 자원도 확보해야 하며, 기초적인 역학조사를 진행하기 위한 인력도 확보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이런 역할의 중심은 보건소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평상시와 신종 감염병 유행과 같은 유사시 보건소의 역할은 달라져야 하며, 그에 걸맞게 일정 수준 이상의 인력과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중국의 경우 인구 1만7,000명당 감염 관련 공무원 한 명을 배치하는 법령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구 20만 명당 한 명의 역학조사관을 권고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이 기준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도 신종 감염병과 같은 특별한 재난 상황에 대비해 지방자치단체 소속 역학조사관을 법령에서 정한 대로 채용해야 한다. 이번 대구 경북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갑작스럽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신종 감염병 대응 역량이 매우 낮은 것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의견이 다르거나 이해가 상충하는 경우 혼란이 

발생하고 대응이 지연되어 실제로 의사결정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신종 감염병 유행 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위기 소통과 자원 관리다. 신종 감염병의 유행은 원인 미생물뿐 아니라 공포, 혐오, 차별, 거짓말(가짜 뉴스) 등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솔직하게 소통해야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다. 신종 감염병 유행을 빠르게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 공개와 정확한 정보 전달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감염자 현황, 이동 경로 등 현재 상황을 공지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또한 감염병 유행에 필요한 각종 자원을 사전에 파악하고, 중앙정부의 지원이 이루어질 때 까지 1차적 대응을 하는 동안 필요한 자원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의료진이나 방역 인력의 개인 보호구를 충분히 확보해두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빚은 마스크 대란은 위기 상황 발생 시 의사소통과 자원 관리에 실패했음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유행 단계에 따라 마스크 착용의 유효성과 필요성을 차분히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했어야 하고, 마스크가 필요한 곳에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관리했어야 한다. 그러나 유행 초기 마스크 착용의 낮은 유효성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유행이 진행된 후에는 마스크가 필요한 의료기관의 구매가 불가능해지면서 정부 지원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신종 감염병 유행 시 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병원은 필수적이지만, 지방자치단체마다 대형 종합병원이 존재하지는 않는 것이 현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음압격리실을 비롯해 적절한 시설과 장비를 갖춘 병원이 턱없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기에 대형 병원이 없는 지역의 경우 대안이 필요하다. 적어도 환자가 발생했을 때 어느 병원으로 이송할지에 대한 결정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대규모 환자가 발생한 경우 병원을 대체해 격리와 모니터링이 가능한 시설을 확보해두어야 한다. 


모범적 사례로 꼽히는 하남시 협력대응 

하남시에서는 선별진료소와 호흡기감염클리닉을 빠르게 설치해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특히 호흡기감염클리닉의 경우 하남시 의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운영하는데, 이는 다른 지역에도 권장할 만큼 좋은 대응 사례라고 생각한다. 시 당국도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종 감염병의 유행으로 사회나 국가의 운명이 바뀐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신종 감염병의 유행은 위협적이다. 지금은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는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시민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코로나19가 빠르게 종식되도록 힘써야 한다. 


202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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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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