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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샐러드
소유가 아닌 ‘소비’ 구독경제 시대

2020-02-27

소유가 아닌 ‘소비’

구독경제 시대

 

편집. 이미진 글. 이대현(국민대학교 겸임교수, 전 한국일보 문화부장·논설위원) 사진. 각 사 홈페이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통업계에서 ‘구독경제’가 확산되고 있다. 구독경제란, 사용자가 정기 이용료를 내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공급자로부터 제공받는 경제 모델을 일컫는다.
신문, 우유 배달 서비스나 정수기 같은 렌털 서비스가 대표적이지만, 고가의 자동차와 명품 의류 같은 물건뿐만 아니라 영화나 음악, 화장품, 면도기, 패션 등 일상과 밀접한 분야 전반으로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➊현대자동차 ‘현대 셀렉션(Hyundai Selection)’

 

➋ 꾸까 ‘2주에 한번 정기구독’

 

➌ 배상면주가 홈술닷컴 ‘막걸리 정기구독’

 

➍ 클로젯셰어 ‘렌탈 멤버십’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한 ‘공유경제’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력뿐만 아니라 지식과 사고와 체계까지 대신하는 제4차 산업혁명이 극단적 빈부 격차 시대와 맞물리면서 ‘소유’란 개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쓰는’ 것에서 적어도 ‘필요에 따라 쓰는’ 시대가 이미 오고 있다. 더 정확히는 소유가 불필요하고 불가능해지고 있다. 집도, 자동차도, 옷도, 정보도, 오락도, 심지어 음식도 ‘내 것’이 없고, ‘내 것’일 이유도 없어지고 있다. 그냥 필요할 때 쓰고, 타고, 입고, 즐기고, 먹으면 된다. 굳이 여기에 소유의 개념을 부여한다면 함께 가지기, 즉 공유(共有)이다.
미국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소유의 종말>에서 예견했듯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가장 큰 목표인 ‘소유’의 시대가 저물고 ‘접속’과 ‘이용’의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소유란 무엇인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사회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1900~1980)은 <소유냐, 삶이냐>에서 단순히 ‘갖는다’는 행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라는 인식이 개입된 모든 행동 양식을 소유로 보았다. 그 소유의 욕망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사회구조적으로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갖는 것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었다.
소유는 곧 생존의 무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물건을 넘어 지식과 감정, 의식과 외모 등 실체가 없이 존재할 뿐인 추상적인 대상들까지 소유하는 습관이 깊게 뿌리 내렸다.

에리히 프롬은 이 같은 애초 불가능한 ‘갖는 행위’야말로 채워지지 않는 끝없는 욕망이며, 그 욕망이 우리로 하여금 결핍에 허덕이게 만든다고 했다. 그래서 소유와 존재의 양극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들에게 물질적 소유와 탐욕의 소유 양식에서 탈피하는, 나누는 존재 양식으로의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대안이 된 셈이다.

 

 

공유경제와 함께 따라온 ‘구독경제’
소유는 유한(有限)을 전제로 한다. 생산물이 제한적일 때, 소유와 무소유에 경계가 생기고 그에 따른 차별과 우열이 생긴다. 소유의 욕망을 조금씩 잠재우면서 공유경제를 가능케 한 중요한 원동력 역시 디지털 기술혁명이다. 디지털 기술이 생산한 정보나 콘텐츠는 이용에 무한(無限)이다. 얼마든지 복제가 가능하고, 반복 사용이 가능하다. 소수의 독과점보다는 오히려 가능한 많은 사람이, 그것도 규칙적으로 소비해야 효율성과 부가가치를 높이고 안정적인 재생산도 가능해진다. 공유경제와 함께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뒤따라오는 이유이다.
공유경제가 원시공동사회의 유산이듯, 구독경제 역시 새로운 패턴은 아니다. 매달 혹은 매주 이용료를 내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제공받는 소비 활동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신문 구독과 우유 배달이 대표적이다. 국내 구독경제 원조격인 한국야쿠르트는 1971년부터 발효유를 정기 배송했고 최근에는 밀키트 제품과 계란, 김치, 샐러드까지 정기배송으로 제공하고 있다. 구독경제의 장점은 생산자는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하고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구독경제가 과거와는 다른 점은 그것이 단순한 소비재에 머물지 않으며, 일률적이 아닌 맞춤형이라는 것이다.

무제한 스트리밍 영상을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무제한 제공하는 넷플릭스의 성공으로 촉발된 ‘월정액 서비스’로 대표되는 구독경제가 식음료 서비스는 물론 고가의 자동차와 명품 의류, 그림, 심지어 속옷에까지 확장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사람들의 소유와 소비에 대한 인식 변화일 것이다. 소유에 의한 만족이 아닌 소비에 의한 만족으로의 변화다.
음식도 그렇다. 매일 시장에서 찬거리를 사서 요리하는 수고로움을 덜고, 내가 원하는 반찬을 요일마다 배달받아서 먹는다. 어차피 매일 찾는 커피를 한 달 구독료를 내고 제한 없이 마신다. 그것도 3분의 1의 가격으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닌가. 빵도 그렇게 하면 싸고 편하다. 와이셔츠도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와 디자인으로 매일 입고 나서 문 앞에 던져놓으면 그만이다. 굳이 옷장에 철이 지난 것을 걸어놓을 필요도 없다. 그림 또한 마음에 드는 것, 좋아하는 화가의 작품을 집에 걸어두고 감상하다가 싫증나면 다른 것으로 바꾸면 된다.
이렇게 구독경제 영역이 점점 확대되면서 시장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세계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올해는 무려 5,300억 달러(약 621조 원)로 늘어날 전망이다(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예상).

 

 

 

구독경제, 소유를 뛰어넘는 가치와 만족이어야
구독경제가 한 번 일정 금액을 내면 무한정으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무제한형’이든, 기간을 정해두고 정기적으로 받아볼수 있는 ‘정기 배송형’이든, 일정 기간 빌려 쓰는 ‘렌털형’이든 분명 소비 방식의 새로운 변화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세계 최고의 배달 서비스 문화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는 그 규모와 영역이 더욱 커지고 넓어질 전망이다. 인구 감소에 따른 시장 축소에서 안정된 매출 추구, 젊은 세대들에게 닥친 경제적 어려움과 그에 따른 소유보다는 소비에 의한 ‘자기만족’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현실, 제한된 자원과 비용으로 자기만의 만족을 얻으려는 소확행이 공유경제에 뒤이은 경제 모델인 구독경제에 더욱 힘을 불어넣을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의 신뢰 관계가 필수이다.
최근 출판된 일본에서 성공적인 구독경제 기업의 이야기를 담은<구독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닛케이 크로스 트렌드 저)는 그 신뢰는 결국 ‘소유를 뛰어넘는 가치와 만족’에 있다고 했다. 인간의 모든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에서처럼 생활 속 모든것이 손가락 하나로 정해진 시간에 내 곁에 오는 날도 멀지 않았다. 그것이 약(藥)이 될지, 독(毒)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202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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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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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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