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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
착한 임대료로 지역사회의 정을 돈독하게, 홍순덕 어르신

2020-02-27

착한 임대료로 지역사회의 정을 돈독하게

 

글, 유현경 사진. 정현규

 

삶의 모습이 발전하더라도 내가 사는 곳, 내가 일하는 곳이 안정적이길 원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남 토박이인 홍순덕 어르신은 자신과 인연 맺은 세입자들이 안정적으로 삶의 터전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어르신이다. 물질만능주의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원주민이 눈물 흘리는 세태에서 10년 때로는 30년을 한결같이 배려한 큰마음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의 산증인
“여기만 해도 처음 들어올 적에 받았던 임대료가 10년째 그대로야. 생전 집세 올려 달라는 얘길 해본 적이 없어.”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문제가 지역 곳곳에서 불거지는 요즘, 10년 동안 변하지 않는 임대료는 꿈같은 이야기다. 시골 동네도 아니고 수도권 도시 하남의 이야기여서 더욱 기적 같은 일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노후한 도심 지역이 재개발로 활성화되면 기존에 살던 원주민들은 높은 임대료로 그 지역을 떠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로 인해 도시에서는 정을 나눈 이웃들을 볼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 하지만 하남, 특히 홍순덕 어르신이 계신 곳만큼은 젠트리 피케이션보다는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이 더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어르신은 80 평생 하남을 떠나본 적이 없는 분이다. 덕분에 오랜세월을 거쳐 하남이 변해가는 모습도 눈앞에서 지켜봤다.
“죄다 논밭이고 도로는 흙투성이 비포장이라 자갈을 갖다 깔고 그랬었는데. 이렇게 변할 줄 상상이나 했나. 허허.”
농사를 짓던 어르신 소유의 토지도 도시의 발전과 몇 층을 머리에 인 건물이 됐다. 자연스럽게 세입자를 들이며 인연을 맺어왔는데, 보통의 집주인과 세입자의 관계와는 조금 달랐다. 가장 남다른 것은 한결같은 임대료다. 10년 전에 들어온 동물병원도 그렇고, 30년간 한 자리에서 영업했던 스포츠 브랜드 매장도 그랬다. 훈훈한 임대료 덕에 오랫동안 터전을 바꾸지 않고 생활할 수 있으니 세입자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한 세입자는 “선생님이 갖고 계신 곳은 다 그렇다”고 증언하며 “영업하는 입장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거듭 감사의 말을 남기기도 한다.

 


 

큰 베풂은 아니어도 잘 되는 이웃 보면 마음이 좋아
홍순덕 어르신은 단순히 착한 임대료의 주인공만은 아니다. 지역의 유지이자 어르신다운 실천으로 남다른 존경을 받고 있는 분이다. 자녀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장학회 부회장을 맡기도 하고, 지금은 자리를 이전하고 지구대로 남아있는 덕풍파출소의 옛 부지를 흔쾌히 시에 쾌척하기도 했다. 자신의 건물에 어르신들이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경로당 자리도 무상으로 마련해주었다. 이런 마음 씀씀이가 가능했던 이유는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순리대로 살아가겠다는 어르신의 생각 때문이었다.

“배운 것도 없고 내세울 것이 없어. 하지만 사람이 인간성이 있어야지. 이만하면 먹고살 만하고 자식들도 다 컸고…. 그거 몇 푼 더 받아서 생활이 크게 달라진다면 아등바등하겠지만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어.”
어르신의 넉넉한 배려 덕분에 10년 집세가 밀린 세입자도 살길을 찾고, 또 다른 세입자는 30년간 이곳에 머물며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취직도 시켰으며 하던 일이 번성해 외지로 나갔다.
“내가 뭐 크게 한 것은 없어도, 다들 잘 돼서 나가니까 마음이 좋더라고.”
대수롭지 않게 툭 던지는 말씀에 정이 있다. 자식에게 얼마만큼 나누어주었지만 아직도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어르신에게 주변 사람들은 좋은 값에 팔고 더 좋은 것을 사라고 권한다.
하지만 얍삽하게 순간의 이익을 좇기보다는 우직하게 사는 것이 어르신의 스타일이다.
“그저 사는 동안 고생 안 하고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 할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해. 나는 누굴 돌보려고 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베풀면 복이 나한테 오는 것 같아.”
거창한 나눔의 철학이 있는 유명인은 아니지만, 우리 동네 단골 가게의 자리가 굳건하고 지역민들의 소통 자리가 굳건할 수 있는건 홍순덕 어르신처럼 소박하지만 꾸준한 나눔의 실천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202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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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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