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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샐러드 ①
새로운 가족의 탄생 인정을 넘어 이해로

2021-04-22

글 이선영

 

새로운 가족의 탄생

인정을 넘어 이해로

 

뉴노멀 시대 가족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만이 진정한 가족인가’라는 질문들이 쏟아지며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입양, 동거, 친구 등 혈연 그 이상의 무언가로 맺어진 새로운 개념의 가족 형태가 갖는 의미에 대해 알아보자

 


 

새롭게 정의되어야 할 단어, 가족

가족이란 무엇인가. 현행 민법 779조는 가족을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회에서 가족이 되려면 피를 나누거나 결혼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러한 가족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의 비혼 출산이 화제가 된 것을 계기로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세기 초반 성립되어 지난 100년간 정착되었던 근대의 ‘정상 가족’ 개념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라는 영화는 이른바 정상 가족의 의미를 관객들에게 되묻는다.

영화에서 한 집안에 모여 사는 여섯 명의 사람들은 서로를 ‘선택’해 함께 살게 된 사람들이다.

그들은 겉으로 보기엔 할머니의 아들 내외와 손주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체의 혈연적 관계가 없는 ‘유사 가족’이다.

영화는 입양이나 동거, 친구 등 혈연 그 이상의 무언가로 맺어진 새로운 개념의 가족 형태도 충분히 가족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2019년 출간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제도권으로 유입되지 않으며, 남녀라는 도식도 벗어나, 철저히 ‘동반자’로 이뤄진 조립식 가족을 꾸려나가는 여성 둘의 일상을 가감 없이 담았다. 

책은 20년간 각자의 자리에서, 혼자, 잘 살아 온 두 여성이 함께 살기로 결심하고, 살림을 합치고, 고양이 네 마리와 함께 서로에게 적응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2030 비혼 여성이 주 독자가 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기혼자와 비혼자를 가리지 않고 널리 환대받으며, 일본과 대만에서도 출간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친구·지인과 함께 거주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비혼 동거 커플, 셰어하우스 거주자 등 가구 구성 방식이 전통적 가족 범주를 넘어 다양해지며 ‘정상 가족’과 ‘비정상 가족’이라는 프레임은 이미 낡은 개념으로 전락하고 있다. 

2020년 여성가족부 조사에서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데 동의한 응답자 비율이 69.7%에 달했다. 

이처럼 21세기 한국은 ‘정상 가족’의 관념과 제도가 붕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

각종 미디어를 통해 가족 형태의 다양성이 연일 보도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 사회는 혼외 결혼을 통한 출산에 관해서 여전히 관대하지 못하며, 입양을 통한 자녀 양육이 드물고, 외국인과 가정을 이룬 사람을 색안경을 쓰고 본다. 

현행법과 제도,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이성 배우자 간 혼인을 거쳐 성립된 전통적 의미의 가족만을 ‘정상 가족’으로 규정하는 데 머물러 있다. 

그런 면에서 여성가족부가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을 통해 법적인 가족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나선 것은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결혼하지 않은 동거인, 노인 커플, 친구 그룹까지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겠다는 선언이다. 

여성가족부는 법률적 혼인제도 밖에 있는 비혼이나 동거 등도 정부 정책에서 가족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혼인과 혈연 외에 다양한 가족 구성을 차별하도록 돼 있는 현행법의 개정도 검토된다. 

주요 정책의 추진 방향에 ‘가족 다양성 포용’, ‘모든 가족의 안정적인 삶의 여건 보장’ 등을 제시했다.

 

누군가는 혼자 살아야 행복하고, 다른 누군가는 아이 없이 둘이 살아야 행복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여럿이 모여 살아야 만족스러울 수 있다. 

유엔의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 

혈연이든, 혈연이 아니든 함께 모여 밥을 먹고 희로애락을 나누며 살아간다는 것, 그것이 진정한 가족의 의미가 아닐까. 

영화 <고령화 가족>에 이 런 대사가 나온다. 

“가족이 뭐 대수냐. 같은 집에 살면서 같이 밥 먹고, 슬플 땐 같이 울고, 기쁠 땐 같이 웃는 거, 그게 가족인 거지.”

 


 

202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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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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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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